‘도시가스가 누출돼 아이들이 죽을 뻔했다’며 콜센터에 200차례 이상 전화해 보상을 요구하고 직원을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아이가 없는 미혼이며 가스 누출 사고 또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도시가스 콜센터에 217차례 전화했다. 그는 “가스가 누출돼 우리 아이가 죽을 뻔했다”며 “보상금으로 150만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욕설과 폭언을 섞어가며 위협했다. 김씨는 하루에 평균 5시간씩 콜센터에 전화해 업무를 방해했고 콜센터에 직접 방문에 의자를 집어던지며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김씨가 “우리 아이가 용서할 때까지 무릎 꿇고 빌어야 하니 전화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윽박질러 저녁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전화를 기다린 상담원도 있었다. 이 상담원은 김씨의 요구에 오후10시30분까지 네 살배기 쌍둥이 자녀와 함께 회사에 남아있었다.
고객상담실에 직접 찾아가 직원 2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에 있는 고객상담실에 직접 찾아가 “다 죽여 버린다”며 직원들을 폭행해 경찰이 출동했다.
김씨의 200차례에 걸친 전화에 콜센터 직원들 일부는 실신했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
참다 못한 부산 고객 상담실은 김씨의 아파트를 점검했다. 김씨의 아파트에는 가스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었고 가스 누출이나 119 출동도 없었다. 이에 이 상담실은 지난달 22일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가스레인지 작동이 안 돼 콜센터에 전화하니 즉시 출동하지 않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가스레인지 제조사에 연락하라고 해 화가 났다”며 “단지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다른 업종의 콜센터에도 비슷한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