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직전에 자리 박차고 나온 북한 대사

입력 2017-09-20 09:54
CNBC 방송 캡처

북한이 ‘연설 보이콧’으로 미국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유엔주재 자성남 북한 대사는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되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유엔총회장을 빠져나갔다. 북한 대사는 제비뽑기로 유엔총회장 맨 앞줄 좌석을 배정받은 상태였다.

현장에는 북한 측 외교관 한 명만 남아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 연설을 고개 숙인 채 받아적었다. 자 대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은 초강경 발언들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량 국가’(Rogue Nation)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작심 비판했다. 특히 북한을 향한 강경 발언은 5분 가까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대해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그와 그의 정권을 자살로 몰아넣는 미션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과 김정남 독살 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은 타락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AP뉴시스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특정 국가와 그 지도자를 상대로 이같이 강경한 발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파괴’ 발언을 할 때 다른 유엔 회의장에서 국제 외교 정책을 논의하던 외교관들이 당황하면서 매우 놀라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직설적이고, 무서운 고함(blunt, fearful rant)’으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의 연설 당시 유엔총회장 내에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며, 트럼프는 유엔 회원국들이 아니라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은 지지자들을 염두에 두고 연설한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