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완전 파괴’할 수 있어” 대북경고 최고 수위

입력 2017-09-20 08: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대해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화염과 분노’ 발언보다 더 강경하고 직접적인 경고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그와 그의 정권을 자살로 몰아넣는 미션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준비돼있고 의지와 능력이 있지만 이것(북한 완전 파괴)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가속하며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군사옵션을 가동해 전면 보복에 나설 것을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화염과 분노’ 발언은 단순히 김정은과 그의 정부를 제거하려는 위협으로 해석됐지만 ‘완전한 파괴’는 북한 주민에게 그들이 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절멸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신호를 준 것 같다”며 “몹시 중대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군사옵션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강력한 북한을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전 세계의 엄청난 인명을 사망케 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엔 안보리가 최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해준 데 감사하지만 우리는 (대북압박을) 더 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인권 침해국’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북한의 타락한 정권보다 자국민의 안녕을 무시하는 곳은 없다”며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의 아사와 감금·고문·살해와 탄압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납북됐다 풀려난 지 며칠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정권에 의해 암살된 김정남 사례를 들며 북한 인권 실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어떤 나라들이 그런 정권과 무역을 한다면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핵 위협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나라에 무기를 공급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또 한 번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북제재를 촉구했다.

유엔주재 자성남 북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 전에 자리를 뜨며 ‘보이콧’했다. 그는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을 지켜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서가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유엔총회장을 빠져나갔다. 자 대사는 N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