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는 어느새 커서 병원 간다고 짐을 짜니 “이번에도 세 밤 자는거지?”라고 묻고 허리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았나보다.
“엄마, 언니는 안 가는데 왜 나만 병원에 가서 허리주사 맞아?”
“응, 어릴 적에는 다 아파서 허리주사 맞고 건강해지는 거야. 언니도 그랬어.”
아내는 인영이가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병에 걸렸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허리주사(척수검사)까지 울먹이며 눈물을 참던 인영이는 항암약과 수액을 동시에 맞기 위해 손등에 바늘을 찌를 때 언니가 보고 싶다며 많이 울었다. 맨날 싸우면서도 정이 들었는지 아픈 와중에도 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언니야 보고 싶어.”
“응 인영아 언니두... ”
“두 밤만 자고 갈게. 언니야...”
인영이는 항암 부작용에 속이 울렁거리던지 아침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오후 3시정도까지는 병원에서 알게 된 언니들과 웃으며 카드놀이도 하고 놀더니 약이 계속 들어가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저녁 늦게 병원을 나서면서 구토를 한번 하더니 호텔로 돌아와 그렇게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시켜줬는데 별로 먹지도 못하고 또 다시 구토를 하고 잠들었다(결국 남은건 아빠몫).
밤늦게 입사동기 부친상에 다녀왔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가장 많이 차를 태워준 사람이자, 단 한 번도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는 최고의 남자였다고 동기는 말했다. 12시 넘어 호텔로 돌아오니 모녀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인영이가 먼 훗날 내 동기처럼 아빠를 회상하며 언니와 사이좋게 앉아있으면 좋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