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식탁, 비싼 대가] '한국인이 팜오일을 덜 먹는다면…' 그린피스 활동가의 말

입력 2017-09-19 19:35
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본단씨

“열대우림 훼손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도 영향을 줍니다”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본단(Bondan·35)씨는 이렇게 말했다. 본단씨는 기후·에너지 활동가로 2015년부터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지부에서 일하고 있다.

본단씨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5년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연무로 인해 1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적은 수치”라고 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ERL)에 발표한 논문은 2015년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과 보르네오 섬에서 일어난 산불로 발생한 연무(haze)에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당시 연무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인도네시아 9만1600명, 말레이시아 6500명, 싱가포르 2200명인 것으로 추정했다.

본단씨는 “한국인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팜오일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 내 팜오일 농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단씨는 “이는 팜오일 농장을 더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과 숲을 불태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만난 바구스(Bagus·25)씨는 본단씨와는 조금 다른 제안을 했다. 바구스씨도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활동가이다. 2년째 그린피스에서 일하고 있다. 바구스씨는 학부 때 식물학을 전공했고 석사학위로 천연 자원 관리학을 전공했다.

바구스씨는 “팜오일 소비를 당장 줄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식물성 기름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팜오일을 대신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팜오일의 산출량은 코코넛의 3배, 유채의 7배, 대두의 10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어나는 식물성 기름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팜오일 생산은 필수불가결하다.

바구스씨는 “당장의 팜오일 생산을 줄이는 것보다는 (팜오일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스스로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팜오일을 생산한 공급자를 시장에서 내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열대우림을 훼손하고 팜오일 농장을 짓거나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토지에 팜오일 농장을 조성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바구스씨는 이어 “정부도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열대우림을 훼손하고 노동착취를 한 기업이 생산한 팜오일이 들어간 제품은 소비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손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