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목숨줄 끊는 개인사찰”…김미화·김여진 피해자 조사

입력 2017-09-19 17:11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프로그램 퇴출 등의 피해를 입은 방송인 김미화(53)씨와 배우 김여진(45)씨가 19일 검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정보기관이 수년간 자신을 감시하고, 이미지를 조작하려 한 물증을 눈으로 확인한 이들은 허탈함과 두려움을 호소했다.

김미화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현실이 어이없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사찰을 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이 나라를 믿고 이야기를 하며 활동을 하겠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과거 블랙리스트를 언급했다가 고소를 당한 것에 대해서는 “그때 트라우마가 저한테 있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 다시 선다는 게 괴롭고 힘든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지난 9년간 그런 일들이 전방위적으로 계획을 갖고 실행이 된 건 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0년 SNS에 ‘KBS 내부 출연금지문건 때문에 김미화는 출연이 안된다는데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밝혀달라’고 했다가 KBS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조사가 끝난 뒤 김씨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문건을)다 봤다”며 “제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완전히 밥줄, 목숨줄을 끊어놓는 개인 사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김여진씨도 이날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은 김여진씨와 배우 문성근씨가 나체로 누워있는 사진을 합성해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이미지 실추를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여진씨는 검찰 조사 후 SNS에 “실제 국정원 문건을 보니 다시 한번 마음 한편이 무너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래도 ‘설마 직접 그랬겠나’ 하는 마음이 있었나보다. 그들이, 직접, 그랬더군요”라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