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면 쏘겠다”는 北 14세 소년…CNN이 바라본 ‘미지의 국가’

입력 2017-09-19 14:35 수정 2017-09-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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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강원도 원산에서 만난 북한의 10대 소년들은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다. 아이들은 분명 총을 들고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게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군대 사격에 대비한 예행연습처럼 보였다.’ 

당혹감이 묻어나는 이 리포트는 미국 CNN방송이 지난 6월 보름간 북한을 방문한 취재기의 일부다. 윌 리플리 등 CNN 취재팀 3명은 북핵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특별 다큐멘터리를 16일 보도했다.

이들은 평양은 물론이고 여러 시골 마을과 가정집, 원산 일대를 둘러봤다. 미국인과의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던 북한 당국은 이번 취재에 주민들의 인터뷰를 허용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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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원산에서 만난 14~15세 소년들은 총을 쏘는 비디오 게임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취재진에게 “적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게임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누가 적이냐’는 질문에 “미국인”이라고 답한 소년들은 취재진이 ‘내가 만약 미국인이라면 나를 쏘겠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했다.

CNN은 “북한 주민들이 6·25 전쟁 이후 미국을 혐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세뇌시키면서 학생들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쌓았고, 김정은에게 충성할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받고 있었다. 김정은의 사진과 동상은 학교와 도시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한 소년은 “미국이라는 원수, 적과 싸우기 위해 언젠가 군에 입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미국은 우리를 침탈하고 학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년의 말에 옆에 있던 아이는 “생매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미국 이야기만 나오면 ‘적군’ ‘원수’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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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순박한 모습을 한 북한 주민들은 모두 미국에 대한 깊은 적개심을 갖고 있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원산의 한 북한 남성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사일이 올라가는 모습을 다 봤다. 정말 통쾌하다. 긍지로 생각한다”고 했다. “미사일은 방위 차원에서 발사하는 건데 미국은 왜 제재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취재진은 황해북도에서 만난 한 여성 농부에게 ‘북한을 나가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이 여성은 “미국 땅에 한번 가보고 싶다”며 “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남성은 ‘노동신문에 나온 기사를 전부 믿느냐’는 질문에 “우린 100% 믿는다”고 했다. CNN은 “북한에는 가짜 뉴스라는 개념조차 없다”고 전했다.

CNN은 ‘미지의 국가: 북한 속으로’라는 다큐멘터리를 특별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방송을 모두 글로 옮기고 주요 영상과 사진은 기자의 방문기와 함께 정리해 새 웹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CNN 국제 채널에서 16~18일까지 재방영한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