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다시 진격을 위해 꿈틀대고 있다. ‘팝의 본고장’ 미국을 향한 전주곡을 트는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씨엘 같은 K팝 아이돌뿐만이 아니다. 박재범(제이팍)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힙합 종주국인 미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듀오 ‘체인스모커스’가 작업한 ‘베스트 오브 미’를 18일 발매한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에 실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K팝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받았다. 당시 체인스모커스와 EDM 축제 ‘월드클럽돔 코리아’ 참가 차 내한을 앞둔 인기 DJ 스티브 아오키와 친분을 맺었다.
그룹 ‘2NE1’ 출신 씨엘은 1년 만에 미국에서 신곡으로 세계 팬들과 만난다. 오는 10월6일 미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 사운드 트랙에 참여했다. 씨엘은 스크릴렉스, 디플로 등 국제적인 유명 DJ들과 작업하면서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박재범은 미국 힙합계 거물이자 비욘세의 남편으로 유명한 제이지가 설립한 레이블 락네이션과 계약을 맺고 힙합 본토 진출을 꾀하고 있다.
K팝의 미국 진출은 2000년대 후반 본격화됐다. 보아, 비, 세븐 등 역량 있는 솔로 가수 중심에서 2009년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 진입하면서 가시화되는 듯했다.
한동안 뜸하던 현지 진출의 가능성은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 ‘핫100’에 7주 연속 1위에 올려놓으면서 수면 위로 다시 부상했다.
하지만 이내 꼬리를 감췄다. 빅뱅, 소녀시대, 엑소 등 인기 한류그룹들의 빌보드 차트 진입 소식과 현지 투어 소식 등이 들려왔지만 현지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제 미국 진출을 공격적으로 노려볼만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간 알게 모르게 쌓아온 K팝 토양을 가수들이 딛고 설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K팝 그룹 합동 콘서트 ‘케이콘 2017 LA’에는 8만5000명의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운집한 것이 예다.
K팝 아티스트들에 대한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한국 가수들이 해외 팝스타의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만 안달했던 것과는 비교적 다른 흐름이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팀의 성장서사에 공감하거나 음악 외적인 스타일 면모로도 호감도가 크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은 학교문제, 청춘 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며 한국 청소년들뿐 아니라 해외 청소년들과도 공감대를 만들어왔다. 이를 기반으로 입소문이 났고, 자연스럽게 해외 스타들과 어울리며 음악적 교류의 토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첫 내한 공연한 영국 팝스타 찰리 XCX는 자신의 싱글 ‘보이스(Boys)’의 뮤직비디오에 박재범을 위즈 칼리파 등의 팝스타와 함께 섭외했다. 박재범과 공연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K팝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팝의 본고장에서 거둔 성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그간 단발성 또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쌓여 있는 만큼 현지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