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마약을 칭하는 은어) 을 갖고 있다”
“화끈하게 같이 즐길 여성 구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화제를 모은 가운데 남씨를 붙잡은 경찰의 위장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마약사범들이 주로 활동하는 채팅앱에 잠입해즉석 만남 약속을 잡고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체포 당시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다.
JTBC와 MBC 등 방송사들은 남 도지사의 장남인 강남에서 긴급체포 됐던 순간의 CCTV영상을 18일 공개했다. 영상은 지난 17일 오후 10시51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매장 앞 인도에서 찍힌 것이다.
영상엔 반바지 차림의 남성이 머리를 만지는 척 하며 매장 쪽을 힐끔 쳐다본다. 주변을 경계하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그대로 지나간다.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며 다시 돌아온 남성은 매장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혀 나온다. 영상 속 남성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인 남모씨다.
양옆의 사복을 입은 경찰이 남씨를 잡으려하자 잡지 말라는 듯 두 손을 들기고 한다. 남씨는 채팅앱을 통해 마약을 투약할 여성을 물색해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중국 여행 직후 마약사범들이 자주 이용한 채팅앱에 접속한 남씨는“얼음을 갖고 있다. 화끈하게 같이 즐길 여성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채팅앱에서 위장 근무하던 수사관이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남씨는 상대가 수사관인지 모른 채 필로폰 투약 장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남씨는 지난 13일 중국에서 휴가를 다녀오면서 필로론 4g을 속옷에 숨겨 밀반입한 뒤 자택에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씨는 9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유럽 출장 중이던 부친인 남 도지사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빠른 비행기로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버지인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며 “아들이 죗값을 치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앞서 남씨는 지난 2014년 군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다. 남 도지사는 19일 오전 귀국 후 경기도청으로 이동해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