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해 “안보·국방 문제에서 상대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북핵 위기와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입지가 줄어드는 터에 청와대와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라인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 장관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문정인 교수는 제가 입각하기 전 한두 번 뵌 적은 있지만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 저 사람 하고는 안보나 국방 문제에 있어서 상대해서 될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 같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부연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송 장관의 참수작전 언급에 대해 문 특보가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는데 왜 반응이 없느냐’고 지적하자 나온 답변이었다. 송 장관은 국회에서 참수작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수작전은 유사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특수작전을 말한다.
송 장관의 발언은 앞서 나온 문 특보의 지적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 문 특보는 지난 15일 북핵 관련 토론회에서 “12월에 창설되는 부대는 참수작전 부대가 아니라 미국의 네이비실이나 UDT 같은 특수부대”라며 “국방부 장관이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또 “용어부터 정제된 걸 사용해야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4일 송 장관이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보고에서 참수작전과 관련해 “개념정립 중”이라며 “올해 12월 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 전력화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을 비판한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문 특보에 대해 ‘떠드는 사람’ ‘개탄스럽다’ 등의 날 선 표현으로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 같지 않다’는 표현은 문 특보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두 사람의 설전을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 내 노선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핵 협상을 우선시하는 쪽과 대북제재·압박을 우선순위에 두는 군의 시각차가 두 사람을 통해 표출됐다는 설명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문 대통령이 더 강력한 대북 압박을 천명한 상황에서 문 특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해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른 견해를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800만 달러(약 90억원) 규모의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통일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거냐’고 묻자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시기를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북 지원과 관련해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하겠다’며 모호하게 답변한 통일부를 제치고 국방부 장관이 지원 시기를 단정적으로 발언한 것이어서 통일부와 국방부 간 이견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