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남북 대화채널 끊겨 판문점서 육성으로 전달”

입력 2017-09-18 18:01
국민일보DB

남북 간 통신채널이 단절된 후 북한과의 의사소통은 오로지 판문점 근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분계선(MDL) 근처에 다가가 육성이나 핸드마이크로 통보하는 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런 대화 채널 단절이 장기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군사적으로 하급 지휘선에서 오해가 발생하면 긴장이 갑자기 고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행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북한과 대화채널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판문점에서 핸드마이크나 육성으로 간단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 통신 채널은 남북연락사무소와 남북적십자회담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등 세 종류다. 북한은 지난해 2월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통신 단절을 통보했다. 현재 북한에 의사를 전달하려면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우리 측 연락관이 군정위 관계자와 함께 MDL 근처에서 의견을 전달하면 북측에서도 관계자가 나와 수첩에 받아 적거나 캠코더로 찍어 상부에 보고한다.

그동안 남북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단이 없어진 것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을 때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일이 발생하면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벌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2002년과 2003년 남북이 서해와 동해에 군 통신선을 개설한 것도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7월 남북적십자회담과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하면서 “판문점 적십자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으로 회신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설령 북한이 ‘회담 제안을 거절한다’는 입장을 보내더라도 남북 간 통신 채널이 복원된 것만큼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우리 측 의도를 간파한 듯 지금까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통신선 자체를 물리적으로 끊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들은 지금도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화 신호음을 들어보면 선은 지금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측 연락관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해 군 통신선 역시 같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 군 통신선은 2011년 화재로 시설이 소실된 후 지금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언제든 자신들 필요에 따라 통신을 복원해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북한은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며 남북군사실무회담 제안을 해온 적이 있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거절 입장을 역시 서해 군 통신선으로 보냈다.

정의용 실장은 현재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미·일은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과의 협상 조건과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는다면 협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심각한 도발을 여러 차례 감행했다.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도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없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