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이준서, 제보조작 집요하게 요구했다"… 법정공방 치열

입력 2017-09-18 17:39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혐의로 구속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왼쪽)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한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첫 공판에서 이유미(38·구속)씨의 단독범행 여부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1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미 범행을 자백한 이씨를 증인으로 세워 이 전 최고위원의 제의에 응하게 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날 공판에는 이씨와 김성호(55) 전 의원, 김인원(54) 변호사, 이준서(40·구속) 전 최고위원, 이씨의 동생(37)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출석했다.

이씨는 종전 입장과 동일하게 제보조작이 이 전 최고위원의 지속된 요구와 강압에 의해 이뤄졌으며 5월 5일 1차 기자회견 이후 조작 사실을 여러 차례 고지하면서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씨는 "4월 27일 낮부터 굉장히 집요하게 (제보조작을) 요구받았다. 제가 이걸 만들지 않으면 이 전 최고위원이 저를 곤란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반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준비 됐느냐' '언제 가능하냐' 면서 맡겨 놓은 것 같은 태도로 얘기했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자료를 만들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또 "5월 5일 기자회견 이후 생각하지 않은 쪽으로 일이 너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꼈다.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애원하다시피 하지 말자고 했다"며 "5월 6일 이 전 최고위원과 바이버로 통화를 했을 때 '제보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5월 7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그런 사람 없다. 사과하자'고 하니 '그러면 우리 망한다. 대선 끝나고 나면 쌍방 취하하기 마련이니까 기다려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이유미 국민의당 당원의 남동생 이모 씨가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씨를 제외한 피고인 측 전원은 제보조작이 이씨 단독 의사로 이뤄졌고, 사전에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특히 직접 조작된 제보를 넘겨받은 이 전 최고위원 측은 이씨가 사전에 준용씨 특혜 채용 관련한 의혹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는 점, 제보조작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일부 메신저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씨가 이 전 최고위원은 물론 김 전 의원에게도 '특혜 채용 의혹을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가 비관 자살한 사건과 연계하면 좋을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도 언급됐다. 아울러 이씨가 사건이 불거진 뒤 '당에서 기획했다'라는 메시지를 퍼뜨려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추궁했다.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의 동생 측은 '이씨가 이유는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라는 말을 했고 녹취 파일을 제작한 이후 별도의 정보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허위 사실이 공개되는 과정에 관여한 정도가 적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민의당 측 관계자들이 당시 문재인 후보 낙선 목적으로 공표한 허위사실을 '준용씨가 동료들에게 유학 시절 특혜 채용을 자인했다' '동료들이 특혜 제보를 했다' '특혜 관련 카카오톡과 녹취 등 증거자료가 있다' '제보자가 5월 2일 문 후보 발언을 보고 제보했다'는 것 등으로 정리했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성호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김 전 의원과 김 변호사 등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추진단) 측은 준용씨 채용 특혜 의혹 기자회견은 관련 정황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지 조작된 제보에 근거해서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를 법정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허위 사실을 특정하고 특혜 채용은 심리하지 않기로 정리를 했다. 심리 사항에 대해서만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기자회견이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이전부터 준비, 수집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런 개연성이 높다라면 검증 내지 확인 과정에서 기자회견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한 신문을 생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을 이날과 19일, 21일 사흘 간 집중적으로 심리해 되도록 9월 중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검찰과 피고인 측의 견해가 엇갈리는 지점이 많고 증인에 대한 신문이 길어질 수 있어 결심이 10월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씨는 지난 4월 30일에서 5월 3일 사이 휴대전화 3대를 이용해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라는 내용의 제보를 조작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이씨에게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증빙할 자료를 요구하는 등 제보 조작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의원과 김 변호사는 이 전 최고위원이 추진단 측에 제공한 특혜 채용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5월 5일과 7일 두 차례 폭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또 지난 5월 3일 '권재철 전 고용정보원장이 문재인 후보의 청탁으로 고용정보원 감사 시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토대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혐의도 적용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