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손들어준 인권위 “특수학교 반대는 헌법정신 위배”

입력 2017-09-18 14:43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설립 반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학교를 세우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토론회는 지난 5일 서울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사진=웰페어뉴스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8일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행위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장애아 학부모와 지역주민 간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장애아 인권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인권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 발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장애인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안전이나 발전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독 장애인 특수학교만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학령기 장애아동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의 동등한 향유를 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행위가 위반했다면서 인권위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법률은 ‘헌법 제11조’ ‘교육기본법 제4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인권위는 “현재 과밀학급은 장애학생에게 적절한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은 교육권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권을 위협한다”고 봤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6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8만7950명으로, 이 중 30%만 170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나마 법정 정원을 준수할 형편이 안돼 전반적으로 과밀 상태다. 또 서울시에는 4496명의 장애학생이 29개 특수학교에 재학 중임에도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상당수가 2~3시간씩 걸리는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역에 마땅한 학교가 없어 가정과 시설에서 순회교육서비스만 받고 있는 중도·중복장애 학생까지 고려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시·도교육감이 특수학교 신설시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도록 통학거리를 고려해 특수학교를 증설하고, 현재 진행 중인 특수학교 설립이 중단되지 않고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둘러싼 지역주민과의 갈등에 대해 “서울시장과 강서구청장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배제·거부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민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헌법의 평등정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협력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사회 주민들은 지역 내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것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논의하고 바람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