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8일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러나 증인선서를 한 뒤 곧바로 재판부에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도저히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거듭된 질문에도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재판 말미에 발언권을 얻어 약 3분간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대통령은 가족도 없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한 분”이라며 “대통령에 대해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고 그게 눈에 보여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발언 중간 길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잘해보려고 내용 뿐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본인이 수정하고 스스로 챙겼다. 이거 좀 문제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고치면 좋지 않겠냐고 한 건 거의 다 대통령이 옳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국정에 대한 엄청난 책임감 때문이었고, 저는 그게 지도자로서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내가 최씨에게 문건을 줬기 때문에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통령이 그것을 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도 않았고 건건이 어떤 문건을 줬는지도 몰랐다”며 “사적으로 이익을 보려 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해 보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나”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의 ‘읍소’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가득찬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정 전 비서관이 퇴정한 후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을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박 전 대통령은 휴지로 눈가를 닦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면서부터 박 전 대통령과 눈을 맞췄다. 증인석에 앉기 전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에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씨에게 청와대 대외비 문건 47건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