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장남… 남경필 뜻대로 안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입력 2017-09-18 12:58
남경필 경기지사. 뉴시스

남경필 경기지사는 수도권 남부 ‘터줏대감’ 가문에서 자랐다. 조부 남상학씨는 경기도 용인 소재 운송회사 경남여객의 창업자였다. 남 지사의 동생까지 3대가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부친 남평우씨는 수원 팔달구의 2선 의원이자 경인일보 회장이었다. 남 지사는 부친이 경영했던 이 회사에서 언론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남 지사는 정계 입문을 꿈꾸고 있었다. 기회는 시련과 함께 찾아왔다. 부친은 제15대 국회 임기를 마치지 못한 1998년 3월 별세했고,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는 남 지사를 공천했다. 만 33세. 남 지사는 그해 수원 팔달구 재보궐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그대로 5선에 성공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해 경기지사가 됐다.

‘가문’은 남 지사의 정치인생을 지탱했다. 그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정치구호로 삼은 배경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대선 예비후보 시절 모병제를 주요 공약으로 앞세웠던 이유 역시 사회지도층의 책임감,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있었다. 가족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유독 빈번하게 논란을 일으킨 장남을 놓고 남 지사는 한 번도 관용을 구하지 않았다.

장남이 강원도 철원군 소재 육군 제6사단 헌병대에서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 혐의로 입건됐던 2014년 8월, 남 지사는 페이스북에 “아들에게 응당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며 이실직고하고 사과했다. 당시 장남은 군사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남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소식을 독일 베를린 출장 중 전해들은 18일도 마찬가지였다. 남 지사는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오늘 새벽 둘째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큰아들이 다시 범죄를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전화였다. 베를린 출장의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귀국하겠다. 그리고 다시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겠다”고 적었다.

장남이 구설에 오를 때마다 대민 소통창구인 페이스북에 가장 먼저 알리는 남 지사의 강박적 행동은 자신의 정치인생을 지탱한 가문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부와 부친의 영향을 받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장남도 책임감을 갖길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장남은 지금 성북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밤 11시쯤 강남구청 앞에서 필로폰 투약 혐의로 남 지사의 장남을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장남은 즉석만남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남 지사의 장남이 소지한 필로폰을 압수했다.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