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민낯… ‘폭스콘’ 공장서 매년 자살하는 노동자

입력 2017-09-18 11:32
더 가디언

“그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에요.”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폰 부품 공장 ‘폭스콘’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 슈는 공장의 기억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폭스콘은 대만의 전자기기 부품 생산 업체다. 중국 룽화 지역에 큰 공장이 있고, 이곳에서 애플 제품의 생산과 조립을 전담하고 있다. 그간 폭스콘은 모든 상황을 기밀로 유지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해 공장 내부 사항이 베일에 싸여있었다. 작가 브라이언 머천트가 잠입해 실상을 낱낱이 털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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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디바이스: 아이폰 개발 비화’의 저자 머천트는 애플의 철학, 아이폰의 혁신, 현대 사회의 변화에 관해 글을 쓰던 중 아이폰 공장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는 폭스콘에 잠입을 시도했다.

폭스콘 공장에 들어가는 모든 노동자는 ID 카드를 찍어야 했고, 운반 트럭 기사는 손가락 지문 인식을 거쳐야 공장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로이터 기자가 한때 폭스콘 취재를 시도했으나 공장 외관을 찍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며 끌려나갔다. 머천트는 공장 관리자들에게 화장실이 급하다며 애원해 들어갔다. 화장실만 사용하고 빨리 나오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공장 내부를 살펴보고, 촬영하며 노동자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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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입구를 통과한 머천트는 약 1시간을 걸은 뒤에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설은 낙후돼 있었다.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있었다. 폭스콘에서 근무했던 노동자 슈는 “그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곳에서의 노동을 “매우 공격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폭스콘 공장 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단순 반복 작업을 했다. 노동자 한 명이 하루 1700개의 아이폰을 조립해야 한다. 한 여성 노동자는 “1분 안에 아이폰 3개 액정을 닦아야 하고 이 일을 하루에 12시간씩 한다”고 말했다. 칩 보드를 조이고 아이폰 후면을 조립하는 등 좀 더 복잡한 일의 경우 아이폰 한 개에 1분이 주어진다. 노동자는 하루 600~700개의 아이폰을 조립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수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동료 앞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한다. 슈는 “상사가 실수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잔소리하지는 않는다”며 “모든 사람이 모인 회의실에서 굴욕적이고 모욕적이게 질타한다”고 전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관리인의 허락 없이는 대화할 수도 없고, 화장실을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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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2배 올려주겠다" 등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말도 헛구호에 그쳤다고 머천트는 지적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8명이 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며 전기세, 수도세까지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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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는 “누군가 죽지 않는다면 폭스콘이 아니다”라면서 “매년 사람들은 자살을 시도했고 너무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2010년에만 18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14명이 사망했다. 2012년에는 150명의 노동자가 단체로 옥상에서 투신하겠다고 투쟁을 벌이며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지난해 7~8명의 노동자들이 “폭스콘이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옥상에서 떨어지겠다”고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스트레스와 불안, 인격 모독에 시달려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와 관리인 간의 마찰도 잦다고 한다.

슈의 동료는 몇 달 전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관리자와 싸웠다. 이 일로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경찰은 "관리인이 폭력적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3일 뒤 9층 창문에서 몸을 던졌고, 사망했다. 슈는 “여기서는 누군가가 죽어도, 그다음 날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모두가 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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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앉아 일했던 동료가 목숨을 끊은 다음 날에도 이곳 노동자들은 아이폰을 조립해야 했다. 투신자살이 거듭 일어나자 폭스콘의 최고경영자(CEO) 테리 고우는 건물 사이에 그물을 설치했다. 투신해도 목숨을 건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노동자는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강제로 쓰기도 한다.

슈는 “애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폭스콘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논란은 수년 전부터 지속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공식 대응을 하지 않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