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극장가,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장르의 외화들이 극장가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한 ‘윈드 리버’ ‘몬스터 콜’, 그리고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인비저블 게스트’ ‘어 퍼펙트 데이’가 그 주인공이다.
‘윈드 리버’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로 미국을 대표하는 각본가 반열에 오른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작품. 설원에서 우연히 발견된 시체,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두 개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서스펜스 장르물이다. 제레미 레너의 묵직한 열연과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담아낸 각본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몬스터 콜’은 기댈 곳 없는 소년 코너(루이스 맥더겔)가 스스로 외면하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엄마의 죽음을 예감하는 주인공 코너의 상실감을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감성 판타지.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하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섬세하게 연출해냈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연인 로라(바바라 레니)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아드리안(마리오 카사스)이 단 3시간 안에 자신의 무죄를 밝히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알게 되는 스릴러 영화다. 한 편의 추리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독창적인 스토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국영화 리메이크 소식으로 이목을 모았다.
‘어 퍼펙트 데이’는 국경없는 의사회 출신 작가의 현장감 넘치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전쟁 이후 내전 상황을 다루지만 통상적인 전쟁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밝고 따뜻한 전개를 보여준다. 할리우드 배우 베니치오 델 토로와 팀 로빈스의 유쾌한 ‘케미’가 곳곳에 유머와 풍자를 담아낸다.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전쟁의 아이러니와 원칙과 생존 사이의 부조리는 보편적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스페인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고야상’ 각본상 수상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