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길에 오른 로힝야족의 참상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로힝야족 산모들이 길 위에서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400명 이상을 출산했지만 신생아들 다수는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말부터 15일동안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방글라데시로 떠난 로힝야족은 4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80%는 여성과 아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20대 임산부들의 상태는 최악이다. 진통이 시작된 산모들은 이동중이던 배 안에서 출산을 하고, 태어난 아기들도 고열에 시달리다 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모들은 충분한 음식과 물을 섭취하지 못해 모유수유조차 어렵다. 모드 모미눌 하크 방글라데시 난민수용소 관계자는 “상태가 심각하다”며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인근 땅은 모두 임시수용소로 활용하다보니 죽은 아기들을 묻어줄 곳도 없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경에 있는 여성과 아이들은 긴급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는 방글라데시에서의 구호활동을 늘리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여전히 라카인주의 아기와 임산부 등을 포함한 민간인에 대한 원조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