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흑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전직 백인 경관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반대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경찰에 대한 반감과 인종갈등이 겹치면서 시위도 과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민 불복종을 선언한 시위대 1000여명이 전날 저녁 세인트루이스 시내에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우리의 임무’ 등의 구호를 외치며 법원 판결에 강력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하는 과정에서 30여명이 연행되고 경찰관 10여 명이 다쳤다. 당초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해산 명령을 거부한 일부 시위대가 시내 가게들과 리다 크루슨 세인트루이스 시장 관저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2011년 백인 경관 제이슨 스토클 리가 흑인 운전자 앤서니 라마 스미스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총을 쏴 숨지게 하면서 시작됐다. 스토클리는 1급 살인 및 불법무기 사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담당 법원은 스토클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흑인 민권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졌다. 특히 흑인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백인 경찰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는 인식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이는 2014년 대규모 소요사태를 불러왔던 미주리주 퍼거슨시 흑인 청년 총격사건과 유사하다고 AP는 분석했다. 당시 퍼거슨시에 살고 있던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은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의 총에 맞아 숨졌다. 윌슨은 이후 경관직을 사임했지만 기소되지 않았고, 시위대의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