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으로 유통업계 ‘위기론’ 확산

입력 2017-09-17 14:15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으로 한국 유통기업들의 중국사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중국 당국의 ‘한한령(한류제한조치)’이 발동된 이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유통기업들이 중국 사업 철수에 이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철수키로 한 롯데마트 외에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백화점·마트 뿐 아니라 제과·칠성음료 등 식품분야 등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롯데그룹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8조원이 넘는다. 중국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현지 인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현지법인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

롯데홈쇼핑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2010년 중국 럭키파이 홈쇼핑의 지분을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충칭 사업 운영권을 현지 기업에 넘겼으며, 산둥과 윈난 2곳의 운영권도 현지 업체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한령 발동 이후 6개월이 지나면서 다른 유통업계에도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CJ오쇼핑은 적자가 쌓이고 있는 중국 광저우 기반의 남방CJ 사업을 접을 예정이며, 동방CJ 철수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지 방송을 중단한 상태로, 합작사와 경영권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매장 6곳만 남았고, 연내 철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업계도 마찬가지다. 현지 제과시장 2위 업체로 성장한 오리온은 사드 사태 여파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64%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지 인력부터 줄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