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 흥미와 즐거움 상실, 일상생활의 무기력함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우울증 진단이 내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에서 3억2200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추산했다. 올해 세계 보건의 날(4월7일) 주제도 우울증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5%(약 250만명)가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겪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6.9%가 우울증을 경험해 남성(3%)의 배가 넘었다. 지난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1.5%(약 61만명)였다.
날로 심각해지는 우울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17일 공동으로 ‘우울증 자가진단 및 대처방법’을 제시했다. WHO는 우울증을 ‘효과적 치료법이 있는 질병’으로 분류한다. 우울감이 찾아왔을 때 환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쉽게 완치될 수도 있고, 자살로 이어지는 치명적 질환이 되기도 한다.
복지부와 개발원은 ‘마음의 감기’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대처법을 권고했다. 첫째, 이야기하세요.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주위 사람에게 터놓고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우울증은 많은 경우 소통의 단절을 수반한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고립’에서 벗어나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둘째, 움직여보세요. 짧은 산책이라도 정기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 하루 한 가지씩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찾아 긴장을 풀고 즐기려 애쓴다면 일상이 달라지면서 무기력함도 사라질 수 있다.
셋째,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정신건강 전문의나 지역의 정신보건기관 상담사 같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복지부는 강조했다. 우리가 감기 기운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듯이,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도 의사 등 전문가를 만나는 게 가장 빠른 치유법이다.
우울증의 ‘일년유병률(지난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도시 거주자(1.2%)보다 농촌 거주자(1.9%)가 높고, 기혼(1.0%)보다 미혼(2.3%)이나 이혼·별거(3.1%)인 경우가 높다. 소득에 따라서도 하위 소득자(2.7%)가 중위(1.2%), 상위(1.1%) 소득자보다 높았다.
복지부는 우울증 치료방법으로 상담과 항우울제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을 유지할 것, 짧은 산책 등 정기적으로 운동할 것, 규칙적으로 잠들 것, 우울증에 걸린 사실을 받아들이고 상황에 적응할 것,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 등을 주문했다.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는 “우울증은 다른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체 질병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점점 중병이 되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해 및 자살시도로 이어져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운 분들은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한 유선상담이라도 받아보시기를 권한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