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1년 앞두고, 임용 8개월 만에… 석란정 소방관 2명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17-09-17 10:25 수정 2017-09-17 10:26
픽사베이

17일 강원 강릉에서 화재 진화 중 무너진 건물에 매몰돼 순직한 소방관 2명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이영욱(59) 소방위는 퇴직을 불과 1년 남기고 있었고, 이호현(27) 소방사는 임용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입 대원이었다.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이날 오전 4시29분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현장에 출동해 잔불을 정리하던 중 무너진 건물 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두 사람은 전날 오후 9시45분쯤 석란정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불은 8분여 만에 진화됐지만 17일 오전 3시51분에 재발화했다는 신고를 받고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석란정은 1956년 건축된 무허가 목조 건물로, 과거 유생들이 이용한 정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최근 석란정 인근에 대형 호텔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건물 외벽에 금이 가는 등 안전에 이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소방위는 아내와 장성한 아들을 두고 있다. 수많은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퇴직을 불과 1년 앞둔 상황이었다. 이 소방사는 부모와 여동생을 둔 미혼이다. 소방관으로서 현장을 뛰게 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젊은 피였다.

이들은 석란정 건물 기와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오래된 건축물은 보존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며 “진흙과 나무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 전날 화재로 물을 많이 머금은 상태에서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