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원장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초를 위한 성묘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흔히 벌 쏘임이나 뱀 물림 사고를 떠올리기 쉬운데, 각막천공 등 눈 부상도 적잖아 주의가 필요하다. 벌초 때 발생할 수 있는 눈 외상에 대해 알아보자.
◆ 뾰족한 파편이 눈에 튀어 구멍 생기는 ‘각막 천공’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편안한 복장으로 집 앞 잔디를 여유롭게 깎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벌초 시에는 여유가 아닌 약간의 긴장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잔디, 풀을 베는 기구를 ‘예초기’ 라 한다. 소형 엔진을 이용해 날을 회전시켜 풀을 베는데, 돌과 같은 딱딱한 물질을 잘못 건드릴 경우 예초기의 날이 부러질 수 있다. 땅 바닥에 있던 뾰족한 파편이 예초기 날에 부딪혀 튕겨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날카로운 파편이 눈으로 튈 경우 심각한 눈 외상을 입을 수 있다. 눈의 검은 동자를 뚫고 각막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각막천공이라 하는데, 각막 천공이 발생할 경우 각막 뒤를 채우고 있는 방수가 새어나오면서 눈 안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외부로부터의 세균 등의 침입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외상에 의한 경우에는 단순 봉합으로 구멍을 막아볼 수 있으나 염증에 의해 조직이 녹은 경우에는 단순봉합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양막이나 결막을 이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적절히 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천공이 발생했던 부위에 각막의 흉터인 각막 혼탁이 생길 수 있고, 영구적인 시력저하가 일어 날 수 있으며, 이 경우 각막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예초기를 사용하여 벌초를 하는 경우 다소 불편하더라도 강화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작업용 고글이나 얼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여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필수이다. 만일 작업 중 눈에 파편이 튀었거나 다친 경우 지체하지 말고 안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눈 외상에 더 조심해야 할 원추각막 환자
병적으로 각막이 얇아져 있거나 약하다면 더 조심해야 한다. 각막 질환의 한 예로 ‘원추각막’이 있는데, 눈의 검은 동자인 각막이 얇아지면서 원추모양으로 돌출돼 나오는 진행성 질환이다.
만약 원추각막이 있는 상태에서 각막에 외상이 생기면 이 질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결국 시력소실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각막의 상태라면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외상이라도 각막을 천공시킬 수 있다.
원추각막은 아토피 질환과의 연관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을 계속 비비는 등 지속적인 안구 마찰이 일어날 경우에 원추각막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아토피 환자나 평소에 눈을 자주 비비는 경우 각막질환이 없는지 안과 전문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유전 여부는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6~8% 정도의 유전 빈도를 보이고 있으며, 과도한 자외선 노출도 원추각막 발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눈의 노화를 앞당기는 해로운 요소이다. 성묘를 위해 오랜 시간 야외에 있게 되는데, 경건하게 예의를 지켜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하는 것도 좋겠다.
◆눈 외상, 빠른 시일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 위험!
조심성이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친구들끼리 놀거나 장난치다가 눈을 다치는 경우도 많다.
성인에 비해 아이들의 뼈는 더욱 약하기 때문에 어른들이라면 생각지 못한 것들도 아이들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 연필이나 볼펜, 장난감 등에 눈을 찔려 각막천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이 눈을 다쳤을 경우에는 특별한 이상징후가 없다고 해도 즉시 안과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표현에 서툰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이상이 더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안경 알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안경의 파편이 안구에 박혀 상처가 날 수도 있고, 심할 경우 각막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외상 사고가 있었다면 눈이 평상시처럼 잘 보이는지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흐릿하게 보인다면 즉시 안과에 가야 한다. 휴일에 발생한 사고라고 검사를 미루기보다는 휴일 진료가 가능한 안과를 방문해 가능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 아차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안전사고에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정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