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든 잔을 들고 뒤로 걸을 때 컵 속의 액체 슬로싱(sloshing·출렁거림) 현상을 연구한 한국인이 이그노벨 유체역학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영문 첫 글자와 노벨상을 합쳐 만든 이름으로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이다.
이그노벨상을 제정한 IR(Improbable Research)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2017년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며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IR 측은 유체역학상을 받은 한국인 한지원씨가 논문 작성 당시 민족사관고 재학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그노벨 생물학상은 브라질 동굴 속에 서식하는 벌레의 생식기를 연구한 일본 홋카이도대 요시자와 가주노리 교수 등에게 돌아갔다. 이 벌레는 암컷은 수컷 모양, 수컷은 암컷 형태의 생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미할 때 암컷이 자신의 성기를 수컷에 삽입한다.
평화상은 호주 원주민 목관 악기인 디제리두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스웨덴의 밀로 푸한 박사 등이 받았다. 경제학상은 살아있는 악어와의 접촉이 사람의 도박 욕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이그노벨상은 과학에 대한 관심 제고를 위해 현실적 쓸모에 상관없이 발상의 전환을 돕는 이색적인 연구, 고정관념이나 일상적 사고로는 생각하기 힘든 획기적인 사건에 수여하기 위해 1991년 제정됐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