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필름” 아날로그 좇는 디지털의 역설

입력 2017-09-16 08:00 수정 2017-09-16 09:47
구닥 어플 화면, 조그맣게 보이는 뷰 파인더를 통해서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사진 = 구닥 공식 SNS

10·20세대가 아날로그 감성에 빠졌다. ‘구닥’에 이어 ‘인생네컷’까지 사진 시장에 필름 카메라 열풍이 불고 있다.

구닥(Gudak Cam)은 애플 앱스토어 유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가격은 1.09달러. 유료지만 28만명의 선택을 받았다. 구닥의 기치는 ‘불편함’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비교적 넓은 화면으로 각도를 잡고 그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구닥은 이런 방법을 완전히 부정한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작은 뷰파인더로 초점을 잡아야 한다. 한 롤의 필름처럼 24장씩 촬영하는 단계를 마쳐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곧바로 확인할 수 없다. 3일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모두 사용한 필름을 사진관에 맡겨 인화하는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그렇게 기다려 꺼낸 사진은 원하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바로 필름 카메라의 묘미다. 빛이 번지는 현상도 필름 카메라를 재현했다. 유저 인터페이스(UI)부터 기능까지 1회용 필름 카메라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갔다. 

좌 = 구닥으로 찍은 가수 '태연' (태연 SNS) , 우 = 패션 유투버 김무비가 찍은 인생네컷 (김무비 SNS)

구닥이 끌어올린 아날로그 감성은 ‘인생네컷’이 넘겨받았다. 스티커사진처럼 작은 부스에서 4장의 사진을 연달아 찍어 바로 인화하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 퍼졌다. 현재 국내에는 ‘인생네컷’, ‘포토그레이’ 이 두 개의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온라인에는 ‘인생네컷 잘 찍는 꿀팁’도 등장했다. 색감 보정 외에 눈을 키우는 등의 인물 보정이 불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 각각 '세일러문 폰케이스', '세일러문 귀걸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만화속에 등장한 마술봉, 캐릭터 등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스노우, 스냅챗 등 이미 화려한 방법으로 사진을 꾸미는 앱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화려함과 반대되는 옛스러움, 디지털시대에 사라진 아날로그를 좇는 감수성의 역설은 스마트폰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0·20세대의 취향이 과거지향으로 회귀하는 일각의 현상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 스마트폰 카메라 앱이 유명세를 타기 전 패션에서 먼저 8090 회귀 현상이 나타났다. 통이 큰 바지, 시폰 소재의 플라워 프린트 롱 원피스, 벙거지 등이 옷가게 매대를 점령하기도 했다. 90년대 셀 기법으로 만들어진 애니 세일러문, 꼬마마법사 레미 등을 소스로 이용한 악세사리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하나의 예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