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제의를 받고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김모(35)씨에게 원심 판결과 같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39)씨에게 "사람 하나를 처리해주면 1억원을 주겠다"는 청부살인 제의를 받고 지난해 10월 11일 필리핀 바콜로 시로 건너갔다. 이후 현지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성 A(48)씨와 B(52)씨, 여성 C(49)씨를 총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A씨 무리는 지난해 8월 국내에서 150억원대 무인가 유사수신 행위를 하다가 경찰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도망친 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주동자 박씨는 A씨 무리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던 중 이들의 돈을 빼돌릴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자고 있던 A씨 무리를 총으로 위협한 뒤 온몸을 포장용 테이프로 묶고 사탕수수밭으로 데려가 살해했다. 살인을 저지른 후 김씨는 피해자들의 소형 금고에서 10만 페소(한화 약 240만원)을 꺼내 챙기고, 박씨와 피해자 중 한 명이 현지 카지노에 공동 투자한 3000만 페소(한화 약 7억2000만원)도 빼냈다.
앞서 1심 법원은 “김씨는 돈을 목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3명이나 잔인하게 죽였다”며 “원한 관계 등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살인과 성질이 다르고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형량은 적당하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여러 사람이 생명을 잃는 참혹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1심의 형량이 무거우니 감형해 달라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가 수사에 협조했고 범행으로 얻은 금전적 이득이 없는 점, 주범인 박씨의 지시에 이끌려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을 들어 “1심의 형이 가볍다”는 검찰의 항소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