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목줄 없는 개 무섭고 두려워"
견주들 "우리 개는 물지 않고 온순해"
실제 사람 습격하는 경우도···곳곳 마찰
"타인과 개 자신을 위해서도 목줄 해야"
목줄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반려견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견주들은 흔히 "우리 개는 사람을 물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개가 사람을 습격해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목줄 없는 개를 놓고 여러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생 황현철(27)씨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 주택가에서 산책을 하다가 목줄을 하지 않은 개 2마리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개들이 황씨를 쫓으면서 짖기 시작하자 견주가 수습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개들이 잠잠해진 뒤 황씨가 "공원도 아닌데 목줄 없이 개를 데리고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져 묻자 견주는 "이 개들은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개들"이라고 응수했다.
이승희(26·여)씨는 화장품 판매점에서 일하면서 사업장에 들어온 목줄 없는 개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이씨는 "일부 손님이 목줄 없이 개를 그냥 풀어놓는다. 다른 손님이 지적을 하면서 마찰이 생기는 일이 있다"며 "개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매장에 개들이 오가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고 두렵다. 싫은 티를 내기도 어렵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가 사람에게 실제로 상해를 입힌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9일 전북 고창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은 사냥개 4마리가 산책을 하던 40대 부부를 습격해 중상을 입혔다. 부부는 살점이 떨어지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 4일에는 충남 태안에서 70대 여성이 목줄이 풀린 진돗개에 물려 숨졌다. 지난달 14일에는 부산 영도구 골목길에서 박모(70)씨가 목줄이 없는 대형견에게 물려 발목과 무릎에 상처를 입었다. 7월24일에는 충남 홍성에서 목줄 없는 개가 주민 2명을 갑자기 습격해 상처를 입히는 사건도 있었다.
견주와 시민 간에 갈등을 넘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 8일 전남 무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울 것을 요구하는 A(64)씨를 견주인 B(40)씨가 밀쳐서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넘어지며 뇌출혈을 일으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 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반려견을 데리고 공공장소에 나오는 것은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는 위법 행위다. 동물보호법 제13조2항은 소유주가 등록대상인 동물을 데리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고 배설물을 즉시 수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에서는 목줄 길이를 '다른 사람에게 위해(危害)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로 규정해 반려동물이 행인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하도록 소유주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물론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거나 배설물을 담을 비닐봉투를 소지하고 산책에 나서는 견주들도 많다. 하지만 일부 견주는 여전히 귀찮다거나 개가 불편해한다면서 목줄을 채우지 않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목줄을 푸는 견주들은 '동물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려견이 평소 갇혀 있어 활동적인 본성을 통제받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동물에게 목줄을 하는 것이 가혹하지 않느냐는 반문을 던지기도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소형견인 몰티즈 3마리와 대형견인 시베리언허스키 1마리를 키우는 A(31)씨는 반려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채우지 않는다. 그는 개를 집에 가둬두는 것이 미안해 외출할 때라도 자유를 주고 싶어 목줄을 푼다고 했다.
A씨는 "외출을 하면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싶어한다. 그게 보이면 주인 입장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항상 집에만 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까라는 생각으로 풀어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무서운 개들이 아니다. 개가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짖은 적이 있기는 한데 그럴 땐 그냥 내가 안아버린다"라고 전했다.
양천구 한 공원에서 목줄 없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김모(70)씨는 "목줄을 매는 버릇을 들이기가 힘들다. 강아지가 목줄 매는 것을 싫어한다. 목줄 안 해도 주인 옆에 붙어 있어 괜찮다.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학주(28)씨는 "원래는 목줄 없이 외출을 하다가 다른 개가 차에 치이는 것을 보곤 그때부터 목줄을 채운다. 가끔 사람이 없는 공터 같은 곳에서는 목줄을 풀어줄 때가 있다. 다른 견주들도 그렇고 나도 하는 말이 '내 개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안 물고, 물어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동물은 사고 능력이 미약하고 법적인 책임을 스스로 질 수도 없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를 위해 목줄을 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동물 혐오를 일으켜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동물들은 어린 아이처럼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 목줄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본인의 반려견을 분실이나 사고 등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며 "목줄을 안하는 몇몇 시민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불쾌감을 주는 일이 반복되면 반려견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동물보호 활동가인 김영환씨는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나 공공장소에서는 당연히 목줄을 해야 한다. 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목줄은 필요하다. 그것이 반려견으로서 사람과 살아가는 방법"이라며 "목줄을 풀고 다니는 문제는 법보다는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동물을 자유롭게 풀어둘 수 있는 공간을 늘리고 반려견과 공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