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이자 ‘여배우는 오늘도’의 감독인 문소리는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초저예산 독립영화를 개봉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독립영화, 예술영화 배급시장이 발 디딜틈 없이 좁다는 걸 체감한다… 다양한 영화가 안정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극과 극의 평가를 얻은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군함도는 개봉 첫날 전국 2500여개의 스크린 중 2168개, 전체 86%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군함도가 역사 논란에 휩싸일 때쯤 택시운전사는 1904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마주한 내용 덕에 스크린 독점 문제에서 슬며시 비켜갔다. 개봉한 지 40일을 넘긴 현재, 총 관객수 1200만명을 넘기며 기록하며 ‘천만영화’가 됐다.
군함도 이전 스크린 독점의 포문을 연 것은 영화 ‘명량’이었다. 제작, 배급, 상영까지 모두 CJ에서 수직으로 이뤄져 1159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위엄을 보였다. 명량을 따라 대형 배급사는 물론,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1762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등 헐리우드 영화들이 가세하면서 독립영화들의 설자리는 더더욱 좁아졌다.
감독 문소리의 데뷔작인 ‘여배우는 달린다’는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많은이들의 기대작으로 선정됐다. 동료 여배우들이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왔지만 개봉첫날 28개의 영화관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군함도가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고도 세 자릿수의 스크린을 유지한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숫자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깐깐한 전문가들에게 7점대의 별점을 만든 수작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독립 영화도 아닌, 그렇다고 대형 배급사를 끼지 못한 ‘죄’로 스크린에서 제대로 상영되지 못한 채 상영이 종료됐다.
제작부터 기대작이었던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 ‘동주’ 역시 30여 곳에 미치지 못한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귀향은 예매률 1위를 기록하고도 택시운전사 절반 가량 되는 800여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는 2016년을 기준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사가 전체 스크린의 90%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3대 배급사의 눈에 들지 못한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이제 기적이 됐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