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8·서울 삼성)의 특별귀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농구팬들의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프로농구를 평정하고 있는 라틀리프가 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 경우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농구팬들은 벌써부터 라틀리프의 ‘한국이름 짓기’에 동참하는 등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KBA)와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 13일 라틀리프의 특별귀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라틀리프는 두 단체의 특별귀화 대상자 추천에 따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심의절차를 밟는다. 이를 통과하면 다음 달 중순쯤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특별귀화 작업을 마치게 된다. KBA 관계자는 14일 “라틀리프는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단계별 심의절차에 신중히 접근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농구는 문태종(오리온)·문태영(삼성) 형제가 특별귀화, 이승준(은퇴)이 일반귀화로 태극마크를 단 사례가 있다. 이들은 모두 혼혈선수여서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사상 최초로 비한국계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
라틀리프의 귀화까지 절차가 남아 있지만 팬들은 벌써부터 들떠 있다. 라틀리프 관련 기사에는 “(농구 대표팀이)세대교체에 성공했는데 라틀리프까지 합류하면 올림픽 출전도 꿈은 아닐 듯”이라는 식의 기대감 섞인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에서 4년 만에 3위에 오르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나아가 팬들은 각종 농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라틀리프의 한국식 이름 짓기에 한창이다. ‘나들잎’ ‘라둘리’ ‘라튤립’ 등 라틀리프를 한국 발음으로 표기한 이름이 벌써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라틀리프가 대표팀 주축인 김선형(서울 SK) 오세근(안양 KGC) 등 스타들과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표하고 있다.
최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귀화선수를 영입해 국제대회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과거 한국 농구는 아시아의 강호였지만 지금은 전력 평준화로 거의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 한때 문태종, 문태영, 이승준 등 귀화혼혈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쇠화 및 은퇴로 새 귀화선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라틀리프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 귀화혼혈 선수들을 뛰어넘는다. 그의 포지션은 한국 농구의 최대 약점인 센터다. 라틀리프는 리바운드와 몸싸움, 골밑 득점력이 탁월하다. 대표팀 골밑을 장악하면 한국의 강점인 기동력과 외곽슛 공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라틀리프는 기동력도 좋아 직접 속공에 가담해도 무리는 아니다.
김태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날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골밑에서 확실하게 득점해줄 수 있는 선수를 얻는 셈이다. 김종규 이종현 오세근 등 대표팀 빅맨들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라틀리프는 2012년부터 울산 모비스, 삼성 등을 거치며 KBL에서 활약 중인 장수 용병이다. 지난 5시즌 동안 평균 17.84점 9.9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두 차례 외국인선수상을 받았다. 라틀리프는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국적 취득 의지, 국가대표 합류의사 등을 처음 드러냈으며, 한국의 국제대회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을 보여 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