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사진 왼쪽), 김기웅 교수 연구팀이 시간차 회상 훈련을 태블릿PC에 접목시켜 환자가 혼자서도 인지강화훈련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 시험 사용한 결과 이 같은 효과를 거뒀다고 14일 밝혔다.
‘시간차 회상 훈련’은 얼마간의 시간차를 두고 학습한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훈련으로서 초기 치매 환자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말 현재 국내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165만여 명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4명이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는 의미다.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치매보다 환자 수가 많아, 경도인지장애를 적극 예방해 치매 발병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 특히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과거 자주 쓰던 단어를 잊어버려 구사하지 못하거나 건망증이 심각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일 이를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기억력 감퇴로 여겨 방치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아직 일상생활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면 치매로 발전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매 예방 주사제 및 경구약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것이 대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치매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환자의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총 50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주 2회 4시간씩, 총 4주간 USMART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USMART 프로그램을 진행한 치료군은 평소대로 생활한 대조군에 비해 기억력이 크게 호전됐다.
치매검진 도구로 사용되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해보니, USMART 프로그램을 시행한 치료군은 점수가 약 0.9점 증가한 반면 대조군은 오히려 0.1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목록회상검사(WLRT)’의 경우에도 치료군은 프로그램 실시 전에 비해 점수가 24% 상승했지만 대조군은 7% 상승에 그쳤다.
한 교수는 “체계적 임상시험을 통해 USMART 프로그램이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인지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 인력과 센터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기술적 도움 없이도 환자 혼자 실시할 수 있는 치료법이기에 더욱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지역사회 대규모 노인치매 코호트 구축)의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근호에 실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