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28일 시작된다. 수장이 바뀐 변호인단은 선임계와 함께 수백쪽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항소이유서에서 이 부회장의 ‘완전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약하면 “당시 삼성그룹에는 포괄적 현안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이 1심 변론 기조를 상당부분 유지한 항소심의 ‘창과 방패’ 대결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진행된다. 재판부는 1차 공판준비기일을 28일 오전 10시로 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63) 전 차장, 박상진(63)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55) 전 전무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달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가 삼성의 승마지원을 뇌물 공여로 인정하며 근거로 든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 부분을 항소심에서 집중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가 입증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묵시적 청탁'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는 걸 밝히는 데 주력할 태세다. 승계작업의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청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포괄적으로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심 선고 직후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유죄 부분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의 현안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최순실씨 측에 대한 각종 지원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또 “각종 지원은 뇌물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최씨가 영향력을 앞세워 겁박하고 강요한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 측은 1심에서 변호인단을 이끌었던 송우철 변호사(55·사법연수원 16기)를 이인재 변호사(62·9기)로 교체했다. 이 변호사는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2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인천지법원장, 서울동부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2010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후 태평양에 대표변호사로 합류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한국언론법학회장 등을 지낸 한위수 현 태평양 대표변호사(60·12기),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장상균 변호사(52·19기) 등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