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투자·배급사 가운데 독보적인 해외 진출 행보를 보여 온 CJ E&M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층 박차를 가한다.
CJ E&M은 1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글로벌 영화사업 설명회를 열고 해외 영화사업 목표 및 전략에 대해 밝혔다. ▲2020년부터 해외 로컬영화 제작·개봉을 매년 20편 이상으로 늘리고 ▲10개 이상의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글로벌 제작 스튜디오를 완성하고 ▲터키·멕시코 시장에 추가 진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CJ E&M 정태성 영화사업부문장은 “국내 영화시장 규모는 2조원 대에서 몇 년째 정체 중이고,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약 4.2편) 역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시장 공략의 성공 여부는 정체된 국내 영화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CJ E&M은 2007년 한·미 합작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6개국에서 총 23편의 해외 로컬영화를 제작·개봉했다. 이 가운데 ‘20세여 다시 한번’(중국판 ‘수상한 그녀’)은 역대 한중 합작영화 박스오피스 1위, ‘내가 니 할매다’(베트남판 ‘수상한 그녀’) ‘마이가 결정할게2’ ‘걸프롬 예스터데이’ 등 3개 작품은 베트남 역대 로컬 박스오피스 톱10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완성작 수출이나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아닌 해외 로컬영화 제작에 힘을 쏟는 이유는 언어적·문화적 장벽을 낮추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 부문장은 “한국 영화산업의 가장 큰 강점인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기반으로 해당 국가 국민의 정서에 맞는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국내 창작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한중 합작영화 ‘소피의 연애 매뉴얼’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뛰어든 CJ E&M은 중국과 미국에서 꾸준히 한국영화 직배와 합작영화 제작 사업을 이어왔다. 이후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도 진출했다. 지금까지 선보인 해외 로컬영화는 23편, 직배 사업 지역(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에 소개한 한국영화는 256편에 이른다.
향후 본격적인 진출을 꾀하고 있는 국가는 터키와 멕시코다. 지난 5월 터키 현지 법인을 설립한 CJ E&M은 한·터키 합작영화인 ‘핫 스윗 앤 사우어’ 개봉을 앞두고 있고, 터키판 ‘이별계약’ ‘스파이’ ‘수상한 그녀’ 등 10편 이상을 준비 중이다.
멕시코 시장 첫 진출작은 영어·스페인어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는 ‘수상한 그녀’다. 영어 버전은 흑인사회를 타깃으로 ‘타일러 페리 스튜디오’와, 스페인어 버전은 미국 내 히스패닉 사회와 멕시코 시장을 겨냥해 ‘3pas 스튜디오’와 공동 개발 중이다. 스페인어 버전의 경우 멕시코 외에도 스페인어권 중남미 국가들로의 확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으로는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을, 중장기적으로는 인도 러시아 등 국가들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 개봉작보다 더 많은 영화를 해외에서 만들어 궁극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많아지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게 CJ E&M의 ‘빅 픽처’다.
정 부문장은 “과거에는 ‘해외에서 한국영화를 누가 사겠느냐’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판권 판매는 물론 투자와 제작까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해외 사업에는 현지 장벽 등 어려움이 많지만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저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