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나쁜사람’ 노태강 첫 대면에 보인 반응

입력 2017-09-13 01:32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좌천된 후 공직에서 물러났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박 전 대통령 앞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차관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 차관은 2013년 최씨 딸 정유라(21)씨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감사했지만 청와대 의중에 맞지 않는 보고서를 올린 뒤 대기발령됐다. 그해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지난해 중앙박물관 관련 보고를 받던 박 전 대통령이 노 차관을 지목해 ‘그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뒤 공직에서 물러났다. 

노 차관은 당시 사표를 강요받았던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 그는 “(당시 인사를 담당하던) 문체부 과장이 자신을 직접 찾아와 산하기관에 자리를 만들어준다며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 지시냐. 장관 뜻이면 장관을 만나겠다’고 하자, (과장이) 장관 윗선 지시라 장관도 굉장히 곤혹스러워한다고 했다”고 했다. 당시 노태강 차관의 사표 제출 명분은 박 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프랑스 장식 미술전 무산에 대한 책임이었다. 

‘윗선 지시’라는 대목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책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다만 노 차관이 “박 전 대통령이 ‘그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고 했다는 말을 사직 후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에서 전해들었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노 차관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옆자리의 유영하 변호사를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