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인준안) 부결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호남홀대론’을 주장하며 문재인정부를 비난해온 국민의당이 정작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남에 뿌리를 둔 국민의당과 안 대표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표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역대 최장인 183일을 기록 중인 헌재 소장 공백은 더 장기화할 전망이다.
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에는 국민의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안 대표는 “(부결로) 존재감을 내려고 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여소야대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안 대표가 문재인정부를 비판할 때 동원한 ‘호남홀대론’이란 화살이 오히려 안 대표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의 인준안 부결에 국민의당이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앞선 전당대회에서 이미 호남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은 바 있다. 사실상 ‘친안’(친안철수) 대 ‘호남’으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안 대표는 51.09%라는 득표율로 가까스로 당선됐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反) 안철수’ 기류가 형성되면서 국민의당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지기반인 호남이 안 대표에게 부정적 여론을 전달한 셈이다.
이 때문에 돌아선 호남 민심을 되찾아 오는 것이 안 대표의 가장 큰 과제였다. 최근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문재인정부의 호남 SOC(사회간접자본)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신(新)호남홀대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부결되면서 오히려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