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안철수 설전…“당리당략”vs“결정권 우리에게”

입력 2017-09-11 16:40
사진=뉴시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인준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로 인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의 갈등도 첨예해졌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표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출석 의원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가 나왔다. 이로써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역대 최장인 183일을 기록 중인 헌재 소장 공백은 더 장기화할 전망이다.

김 후보자를 옹호해온 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할 말이 없다”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인준안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민의당을 겨냥한 비판도 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오늘 부결 사태는 명백히 국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에 대해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추 대표는 “민주당 120명 의원은 다 표결에 참여했고, 또 국무위원들까지 멀리서 오셔서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투표에 참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국민의당은 “남 탓 말라”며 반박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조건 찬성 입장만을 밝혀온 더불어민주당과 절대 반대 입장을 밝혀온 자유한국당은 남 탓하기에 앞서 자기 당 내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부결로) 존재감을 내려고 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또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부결로 국민의당에 비판 여론이 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