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김이수…115일 기다렸지만 2표 차로 ‘낙마’

입력 2017-09-11 16:40 수정 2017-09-11 16:52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실시한 결과,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가결정족수(147표)를 확보하지 못해 인준안은 부결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개혁 아이콘 떠올랐지만…지명 115일 만에 인준안 ‘부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 3월 14일 김 후보자는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 후임 자리에 올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직접 김 후보자를 제6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공권력 견제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는 등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승진 발탁된 ‘깜짝 인사’와 함께 법조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회의 벽은 높았다. 지난 6월 7일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버스로 경찰 저지선을 뚫다 경찰관 4명을 사망케 한 시민군에게 사형을 선고한 일을 문제삼았다. 특히 김 후보자가 헌재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판결 당시 소수의견을 낸 부분 등 정치적 성향의 편향성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이후 야당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고, 청와대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인준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가결정족수에 2표가 모자라 인준안이 부결됐다. 지명 115일 만이다.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존재감↑…여당 지도부 ‘책임론’

이번 표결에서 키는 국민의당(40석)이 쥐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 무소속 서영교 의원 등이 찬성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109석)과 바른정당(20석)은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표결 결과 찬성과 반대가 145표로 동수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국민의당에서 16표 가량의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존재감을 내려고 한 건 아니다”면서도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자평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 관련 표결이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여권과 청와대에 미치는 충격파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인사도 김 후보자를 포함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 6명으로 늘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 대행체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정 헌법재판관이 낙마한 데 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까지 부결되면서 법조계에서는 비정상적인 ‘헌재 7인 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