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 대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같은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1990년대 벤처 창업을 주도했던 이들이 김 위원장에 대해 “오만하다”며 일제히 반격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네이버 창업자 이 전 의장은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를 보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며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어 “김 위원장뿐 아니라 이 정부 전체에 퍼져있는 생각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며 “20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고도 했다.
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네이버의 미래 비전 제시능력을 비판한 김 위원장에 대해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오만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창업자는 9일 페이스북에 “김상조 위원장이 그동안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다고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모두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이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잡스는 독재자 스타일의 최고경영자였지만 미래를 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며 “네이버 정도의 기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 전 의장은 그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와 이 창업자는 김 위원장에게 비판을 받은 이 전 의장과 더불어 ‘벤처 1세대’로 손꼽히는 사람들이다. 안 대표와 이 창업자는 1995년 각각 ‘안랩’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해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전 의장 역시 1997년 ‘네이버’를 창업해 국내 1위 포털사이트로 만들었다. 이 전 의장에 대한 비판에 안 대표와 이 창업자가 강하게 반발하며 벤처 신화를 쓴 1세대 창업주들이 뭉치는 모양새가 됐다.
이 창업자는 11일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반박이 구설에 오르자 페이스북에 이를 해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오만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렇고, 상세한 해설을 하지 않은 것도 제 잘못이었다”며 “총수지정이나 대기업집단 지정이 오만했다고 비판한 것이 아니라 ‘이해진 이사를 만나서 짧게 이야기해봤더니 미래비전이 없다'고 공직자가 비평한 것을 비판한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도 “맨 몸에서 시작해서 의미 있는 기업을 키워낸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화가 나서 짧게 이야기하다보니 문제가 생겼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논란이 됐던 글의 ‘오만’이라는 단어는 ‘부적절’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됐다.
백상진 이형민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