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록 “늘 새로움 찾아 연기… 무대 사랑은 계속” [인터뷰]

입력 2017-09-11 07:07
배우 신성록.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신성록(35)은 매 작품을 고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찾는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 흥미가 싹 가신다. 상상력이 자극되지 않으면 참신한 연기도 나오지 않기 때문. 그래서 대본을 읽고 탁 덮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드는 작품이면 더할 나위 없다. ‘이거 뭐야?’

지난달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이하 ‘죽사남’)가 그랬다. 황당무계한 설정과 예사롭지 않은 전개, 뚜렷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가 그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극 중 신성록은 연상의 아내 이지영A(강예원)와 살면서 동명의 여인 이지영B(이소연)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지질한 남편 강호림 역을 맡았다.

호림의 행동은 매번 철없고 하찮다. 중동 석유재벌인 장인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최민수)이 어릴 적 헤어진 딸 이지영A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가 이지영B와 헷갈리게 된 난처한 상황에 호림은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한다. 그럼에도 호림이 밉지만은 않은 건, 그가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사내이고 딸에게 자상한 아빠이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어서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성록은 “호림은 굉장히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만약 불륜 설정이 부각됐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는 “상황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 호림도 미움 받지 않고 귀여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MBC ‘죽어야 사는 남자’의 극 중 장면들. 도레미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믹 장르라는 점에서 더 욕심이 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SBS·2013), 영화 ‘밀정’(2016) ‘프리즌’(2017) 등에서 악역을 주로 해온 그로써는 ‘반전’이 필요했다. 신성록은 “여러 역할을 해왔지만 시청자들에겐 악역으로 각인돼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180도 상반된 역할에 도전했는데 좋아해주시니 기쁘다”고 했다.

‘죽사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최민수와의 연기 호흡이다. “최민수 선배님을 실제로 만나보니 굉장히 진지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는 연기자이시고요. 대본에 자기만의 상상력을 투영해 준비를 해오세요. 저도 그런 스타일이어서, 리액션 받아칠 때 즐거움이 있었어요. 선배님이 너무나 잘 이끌어주셨죠.”

지난해 6월 결혼해 그해 11월 아빠가 된 신성록은 공교롭게도 전작 ‘공항 가는 길’(KBS·2016)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유부남을 연기하게 됐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현실적 상황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가능성은 0%”라고 단언했다. “인간 신성록의 삶과 배우 생활은 완전히 별개”라는 게 그의 말이다.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요. 저는 삶에 대해 너무 진지하거나 철학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하나씩 해나갈 뿐이죠. 그래서 평소에는 사생활과 일을 잘 연결 짓지 않아요. …그냥 인간 신성록이 연기를 하는 것일 뿐이에요. 인간 신성록과 배우 신성록을 분리하려면 머리가 되게 좋아야 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좋지 않거든요(웃음).”


늘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신성록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동안 우울감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연기도 안 늘고 맡는 역도 비슷하고…, 연기하기가 싫었죠. 그때 찾은 답이 ‘즐기면서 하자’예요. 남과 비교하며 패배감을 느끼기보다 내 일에 집중하는 거죠.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해서 불행한 인생은 아니잖아요.”

데뷔 초기 뮤지컬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신성록은 무대에 대한 애정을 결코 놓지 않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해온 최근 몇 년 동안에도 ‘태양왕’ ‘엘리자벳’ ‘마타하리’ ‘몬테크리스토’ ‘키다리 아저씨’ 등 뮤지컬에 틈틈이 출연했다. 사실 그에게 매체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할 뿐”이란다.

“대체 언제 쉬냐고요? 틈틈이 쉬죠(웃음). 아마 내가 즐겁지 않으면 이렇게 못할 거예요. 워낙 동적인 성격이라 가만히 앉아있는 게 오히려 더 힘들어요. 언젠가 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쉬지 못한다고 해서 괴롭거나 그러지 않아요. 배우는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아 떠나는 직업이니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