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속내는 '갑' 위치서 美와 협상하려는 것"

입력 2017-09-10 16:5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 성공 축하연회에 참석해 “주체 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선언했다. 최후 승리를 위한 김 위원장의 당면 목표는 핵·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다. 이를 '확정적'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시간은 우리 편'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 핵 보유의 문턱에 온 이상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 이런 표현을 쓴 듯하다. 시기가 됐다고 판단되면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이번에 울린 수소탄의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뤄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립 경제, 비상한 두뇌를 가진 과학자대군,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무장한 군대와 인민, 자력갱생의 투쟁 전통을 나열하며 최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신문은 연회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정권수립기념일인 9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9일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정권수립기념 69돌 경축연회도 이날 보도됐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를 외세에 휘둘리지 않고 북한 체제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핵을 내려놓고 저들에게 순종하면 살아갈 수 있지만 핵을 틀어쥐고 자주적으로 나아가면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날강도적 논리는 우리나라에 절대로 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눈앞에 닥친 북핵 사태의 변곡점은 11일(현지시간)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투표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추가 제재에 반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정각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달성을 최종 목표로 하고 당장은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갑’의 위치에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동시에 미국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협상을 병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예봉(銳鋒)을 무디게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미사일 기술 완성 시점은 향후 1~3년 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북핵 문제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당 중앙위가 목란관에서 개최한 6차 핵실험 축하연에는 당과 군의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3일 6차 핵실험 직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 원탁회의에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북한 내 서열로 치면 김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3~5위다. 

김 위원장은 축하연회와 별도로 인민극장에서 열린 축하공연에 부인 이설주와 함께 참석해 ‘사회주의 오직 한길로’ ‘당이여 그대 있기에’ 등의 합창을 관람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