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인 40대 부부에게 중상을 입힌 대형견 4마리가 멧돼지를 사냥하도록 훈련된 맹견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개들에게 물리자 주인은 이를 말리지 않고 도망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10일 전북 고창경찰서는 대형견 4마리를 키우는 주인 강모(56)씨를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개들이 새끼였을 때부터 근처 산을 돌며 산짐승 잡는 훈련을 시켰다. 논밭을 헤집는 멧돼지를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맹견으로 자란 개들이 공격한 건 사람이었다. 지난 8일 오후 10시25분쯤 고창군 고인돌공원을 걷던 고모(46)씨와 이모(45·여)씨 부부는 주변을 배회하던 대형견 4마리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고씨는 사투 끝에 개들을 쫓아냈지만 엉덩이 등에 큰 이빨 자국이 났다. 아내 이씨는 오른팔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공원 주변에서 2마리를 잡고 남은 2마리는 수색 끝에 오후 11시40분쯤 생포했다. 당시 개들은 목줄도 채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나타난 강씨는 “잠깐 신경을 못 썼는데 개들이 달려나갔다. 사람을 무는 것을 보고 달려가 개들을 말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씨 부부는 “개가 우리를 물고 있는데 주인은 도망갔다”며 “나중에 상황이 다 끝나고 나타나 개를 데리고 갔다”고 반박했다.
강씨에게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려 했던 경찰은 부부의 부상이 심하고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고려해 중과실 치상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과실치상은 5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는 비교적 가벼운 혐의지만, 중과실 치상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