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중에 친숙한 얼굴이니 직접 모델로 나선다. 그러나 브랜드가 없는 일명 '보세' 옷을 이들이 평소 입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세'를 팔아서 '명품'을 살 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이 예감은 대개 맞는다.
그들이 대중에 파는 것과 진짜 입는 것의 괴리는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노동절 기념 트윗'에 올린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사진도 이런 불일치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속 멜라니아 여사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리스 디자이너가 프랑스 원단을 가지고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옷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브랜드 제품인 이 원피스는 2255달러(약 225만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진과 함께 올린 말이 네티즌의 심기를 건드렸다. 4일(현지시간)은 노동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노동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손과 노동, 그리고 자원으로 우리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썼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말뿐인 대통령 구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자국의 노동자와 자원만을 유일한 미래로 치켜세우면서 해외 브랜드를 사용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뽑자(Buy American, hire American)"라는 말을 자주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위선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미국인을 뽑고 미국산을 쓰라고 말하려면 먼저 백악관 옷장과 물건부터 바꿔라"는 쓴소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동절 트윗에 등장한 사진은 지난 6월 촬영된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이 사진을 선택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단지 사진을 잘못 선택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부인 루이즈 린턴도 명품으로 휘감다시피 한 공식 석상 패션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린턴 부인은 인스타그램에 정부 전용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올리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명품을 입었는가를 자랑이나 하듯 브랜드명을 태그(#)로 달았다. 어떤 사람은 평생 한 번도 가져볼 수 없는 명품의 총집합이었다.
린턴 부인은 혈세 낭비를 지적하는 네티즌에게 "개인 여행"이 아니며, "나와 내 남편보다 경제에 더 많이 기여"했다고 반박하는 글을 남겼다. 논란이 일자 사진을 삭제하고,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대중과 다른 우리는 명품을 입을 자격이 된다'고 한 즉각적인 댓글이 린턴 부인의 진심이라는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쇼핑몰 홍보를 위해 마치 '보세'를 입는 듯 치장하고, 입으로만 '국산'을 사랑하자고 외치는 그들처럼 말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