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부기장을 사칭하고, 자신을 부잣집 자제로 속여 여성들에게 돈을 뜯고 결혼식까지 올린 무직 유부남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피해 여성 A씨와 B씨를 만났다. 이 중 2014년 5월 결혼정보 사이트를 통해 만난 A씨와는 이듬해 4월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씨는 결혼정보 사이트에 직업을 ‘항공사 부기장’이라고 적고 피해자들을 낚았다. 만남 자리에 나온 피해자들에게는 “할아버지로부터 35억원 상당의 땅을 증여받았고 아버지는 철강회사를 경영하며 어머니는 치과를 운영한다”고 거짓말을 쳤다.
A씨는 이씨에게 1억9000만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씨는 A씨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갈 곳이 없자 고급 호텔에 투숙하며 A씨와 그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로 숙박비 3000만원을 결제했다. A씨가 카드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의심하자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위조해 담보 대출을 받는 것처럼 둘러댔다.
이후 갖은 핑계로 A씨에게 총 84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약 6개월간 함께 살면서 A씨 카드로 총 7700만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B씨는 이씨에게 7000만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이씨의 수법은 같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같은 결혼정보 사이트에서 B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B씨에게 청혼해 환심을 얻은 뒤 올해 3월까지 70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이씨의 악랄한 사기행각은 끈질겼다. 당시 그는 A씨에 대한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 판사는 “결혼을 빙자해 피해자들을 철저히 속여 그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 보상이 대부분 이뤄지지 않아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