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달려왔다”… 강하늘의 쉼표, 완벽한 타이밍 [인터뷰]

입력 2017-09-09 00:00
배우 강하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쉼이라는 것이 마치 사치라도 되는 듯, 부지런히도 달렸다. 배우 강하늘(본명 김하늘·27)의 지난 12년 말이다. 연기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또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잠시 멈춰 서려 한다. 지금이 바로 그가 선택한 ‘타이밍’이다.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한 강하늘은 드라마 ‘상속자들’(2013·SBS) ‘미생’(2014·tvN)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도 떠올랐다.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이상 2015) ‘동주’ ‘좋아해줘’(이상 2016) ‘재심’(2017)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아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특히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청년경찰’을 통해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는 거센 입소문을 타고 누적 관객수 547만명(영진위·8일 발표)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200만명)을 크게 뛰어넘은 결과일 뿐 아니라 강하늘 개인의 최고 흥행 스코어이기도 하다.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동시에 갖춘 배우임을 입증해낸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박서준 형과의 호흡이 아니었다면 ‘청년경찰’에 대한 호평은 아마 들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우리 둘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이대로만 나오면 진짜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 모습대로 잘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김우빈 이준호(2PM)와 함께한 ‘스물’ 이후 오랜만에 도전한 청춘물이다. 유쾌하고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 덕에 한결 편안하게 역할에 녹아들 수 있었다. “어느 작품이든 실제 제 모습에서 출발해요. ‘청년경찰’에선 친구들이랑 있을 때의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남자들은 친구들끼리 모이면 다 바보가 되거든요(웃음).”


묵직한 소재, 더구나 실존인물을 다룬 전작 ‘동주’와 ‘재심’은 부담감이 상당했다. ‘내가 하는 행동이 과연 맞는 것일까’란 의구심을 끌어안고 연기해야 했다. 반면 ‘청년경찰’은 어느 정도 부담을 내려놓고 임할 수 있었다. 더 좋은 앙상블을 만들어내기 위한 창의적인 뇌 활동에만 전념하면 됐다.

“진짜 재미있었어요. 거의 놀면서 찍은 것 같아요(웃음). 스태프들이 모두 재미있는 분들이셨거든요. 어느 정도였냐면, 보통 NG는 배우들이 내는데, 한번은 카메라 앵글이 흔들린 거예요. 알고 봤더니 촬영감독님이 찍다가 너무 웃겨서 혼자 터지신 거죠(웃음). 감독님이 ‘진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멋쩍어하시더라고요.”

앞서 강하늘은 ‘동주’ 이후 얼마간 슬럼프를 겪기도 했었다. 극심한 연기 고민에 시달린 탓이었다. 그때 시작한 게 명성과 요가였다. 그는 “명상을 하면서 답을 얻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 자체를 내려놓자고.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고민만 하기로 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행복 찾기’는 군 입대 결심으로 이어졌다. 강하늘은 오는 11일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 전문특기병으로 자원입대한다. ‘청년경찰’ 개봉 전 갑작스럽게 알려진 소식에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강하늘은 “걱정 없다. (군대 간다고) 무섭거나 슬프거나 그런 마음은 하나도 없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그러면서도 ‘만약 작품을 계속한다면 원하는 시기에 입대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난 군대를 언제 가야 할까’ 생각했죠. 그러다 문득 ‘욕심이 과해지면 가자’는 다짐이 섰어요.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 다들 ‘왜 벌써 가냐’고 하지만 저는 지금이 제일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해요. 욕심이 들어오지 않도록, 내 자신에게 억지로라도 방어막을 만든 거죠.”

‘욕심이 들어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일이나 돈, 명예 같은 것들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건 아니라는 게 강하늘의 말이다. 단지 스스로의 행복이 아닌 외부적인 어떤 것을 위해 살고 있는 듯한 불편함을 끊어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전 그냥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자꾸 뭔가가 날 밀어붙이는 듯한 조바심, 혹은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톱’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당연히 돈 많이 벌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좋겠죠. 하지만 나는 내가 행복한 게 우선이거든요. 내가 행복하려면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군대를 가자 (마음먹었어요).”

‘작품이 좋아서’ ‘연기가 좋아서’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온 활동. 그러는 사이 몸과 마음에는 알게 모르게 두터운 피로가 쌓였던 모양이다. 군 생활은 어쩌면 강하늘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 같다. 그 역시 “군대에 가면 또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거 같다.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


“배우 강하늘의 연기 인생, 1막이 마무리된 셈이네요.”

“아직 뒤를 돌아볼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지나봐야 제 발자취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군대 2년은, 그냥 인터미션이죠(웃음). 다만 이런 생각은 해요. 그래도 열심히는 달려온 것 같다.”

“청년 강하늘의 20대를 돌아본다면요.”

“후회는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을 해왔고, 너무너무 좋은 분들을 만났으니까요.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놀기도 놀고, 끝없이 술도 마셔보고, 술 한모금 안 마시고 밤새도록 얘기도 해보고…. 갑자기 20대를 돌아보려니 되게 마음이 이상한데(웃음). 아무튼 재미있었고, 정말 즐거웠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