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부방] 갈 데 없는 어린양 사랑으로 품어… “교회 부흥 마중물”

입력 2017-09-08 15:23
1980·9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목회자들은 ‘교회 공부방’ 사역을 병행했다. 탁아방이나 야학을 열어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며 지역사회를 섬겼다.

경북 포항 북구 환호로 하늘숲교회 공부방 지도교사와 아이들이 학과공부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솔로몬에듀 제공

김포 평화교회 이적 목사도 그런 사람이다. 이 목사는 1998년 2월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에 왔다. 신학교 재학 중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던 그는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쓸 작정으로 이 마을을 찾았다. 노인 밖에 없을 줄 알았던 한적한 마을에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도시로 일하러 나간 부모가 형편상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긴 아이들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공부방을 만들고, 밥과 간식을 제공하고, 영어와 수학 논술 시창작 피아노를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그는 이곳에 터를 잡았고, 2002년 평화교회를 세웠다. 평화교회 공부방은 ‘김포시 제1호 아동센터'로 인정돼 정부로부터 아이들 간식비로 약간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경기도 안양 만안구 새날교회도 20년 전통의 교회공부방을 운영한다. 이 교회 박철수 목사는 “주위에 편부모와 가난, 부모 맞벌이 등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이들이 방과 후 방황하는 것을 막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공부방 사역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성적 위주의 학교생활과 집안형편 등으로 자존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부방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고 했다. “공부방에서 예절과 단체생활을 배우고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백영기 목사는 1992년 충북 청주 외곽에 쌍샘교회를 개척해 공부방을 운영하며 지역사회를 섬겼다. 교회가 밀집한 도심이나 주택가와 달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마을 아이들을 돌보며 작지만 의미 있는 교회를 일궈가고 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새터민 자녀들이 방과 후 오후 3시반부터 저녁 8시반까지 머무는 ‘새꿈터'를 운영한다. 간식을 제공하고 한글과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며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접경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회로서 통일한국시대를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달 31일 김포평화교회 이적 목사(오른쪽 안경낀 이)와 공부방 아이들이 천문대 견학을 마친 뒤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교회에서 공부방을 운영한다. 방과 후 학원 등의 사설교육기관을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대상이다. 부모가 퇴근하는 저녁시간까지 보호시설 역할도 도맡는다. 자칫 방황하기 쉬운 아이들을 보호하고 학습과 건강관리는 물론 신앙훈련을 통해 인생의 어려움을 이기고 성공하는 사람으로 돕고 있다.

교계에 따르면 교회공부방은 현재 약 1만개를 웃돈다. 그동안 공부방은 야학이나 지역아동센터, 탁아방, 학습관, 무료 학습 동아리, 방과 후 교실 등으로도 불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 경우 재정 감사를 받고 기독교 신앙교육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예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는 교회도 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정부 등의 재정지원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경기도 광명 변화산교회 공부방 모습.

교회공부방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 서구 승학로 광은교회(김희승 목사)는 ‘너나들이 놀토스쿨’을 운영 중이다. 매주 토요일 전문 강사를 초청해 요리와 수영, 리본공예, 항공캠프 등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교회에 왔다가 등록하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다.

교회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컴퓨터와 전문가 파송 등으로 학습과 영성을 돕는 기독교 전문기관까지 생겼다. 교회공부방 전문기업인 솔로몬에듀 노양근 대표는 “공부방사역이 성공하려면 담임목사와 성도들의 구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중요하다”며 “교회학교 예배가 점점 사라지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교회공부방의 성공적인 운영은 교회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글·사진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