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씨 변호인을 맡고 있는 이경재(68) 변호사가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변호를 더 이상 맡지 않기로 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정씨의 변호인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정씨가 귀국한 지난 5월말 이후 정씨 변호를 맡으며 줄곧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씨가 지난 7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씨의 재판 출석은 전날 불출석 사유서까지 제출한 상태에서 예고 없이 벌어진 ‘깜짝 등장’이었다.
정씨는 이날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폭탄 증언’을 쏟아냈다. 당시 특검이 “최씨가 증인에게 삼성이 사준 말을 ‘네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했느냐”고 묻자 정씨는 “네”라고 수긍했다. 이는 승마협회 차원에서 정당하게 지원을 받은 것이라는 최씨 측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이었다. 정씨는 또 특검이 “삼성 측 모르게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니다. 삼성이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정씨의 돌발 행동에 이 변호사는 “특검이 정씨를 회유·협박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이후 정씨는 최씨 측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정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에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정씨는 이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