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강릉 10대 청소년 집단 폭행 사건이 경찰의 늑장·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강릉경찰서는 평소 감정이 쌓였다는 이유로 A양(17)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B양(17) 등 6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신병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B양 등은 지난 7월 17일 오전 1시쯤 강릉 경포해변과 자취방에서 주먹과 발로 A양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이 두 달 가까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안 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까지 가해자 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나머지 공범인 C양(17)이 아르바이트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지난 5일 C양을 찾아 임의동행해 조사를 끝냈다.
또 경찰은 가해자들이 촬영한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기 전까지 동영상의 존재도 파악하지 못했다. 동영상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 수사가 늦어지는 사이 가해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에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고 피해자 가족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A양의 언니는 인터넷 제보글에서 “정말 화나는 건 (가해자들이) 이러한 행동을 했으면서 아무런 죄의식, 미안한 행동 없이 지금까지도 페이스북에 당당히 술 먹는 사진과 자기들 사진을 올리면서 너무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초기 C양이 가출해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고, 소재를 파악해 신병을 확보하려던 날 공교롭게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이라며 “동영상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얘기하지 않아 존재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도 경찰의 안이한 대응과 뒷북 수사로 도마 올랐다. 피해 여중생 D양(14)의 부모는 지난 6월 30일 여중생 5명을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 중에는 지난 1일 발생한 폭행사건의 가해자 E양 등 2명도 포함돼 있다.
피해자 측은 이번 사건이 보복성 폭행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2개월 전 고소장이 접수된 시점에 경찰과 학교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더라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피해자에게 출석요구서를 3차례 발송하고, 3~4차례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나 진술을 꺼려 수사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전대양 교수는 “1~2명을 희생자로 만드는 또래집단에 의한 범죄의 경우 육체적인 데미지는 물론 정신적으로 더 큰 공포를 겪는다”며 “집단폭행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와 가까운 교사, 학생들이 학교와 경찰에 신속히 신고하고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황홍섭 교수는 “학생들의 잔인한 집단폭력을 예방키 위해 국가가 폭력행위를 증폭시키는 각종 미디어 접근을 제한하고 폭력행위의 비참한 말로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릉·부산=서승진 윤봉학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