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불거진 소년법 개정 목소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천종호 판사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8년간 소년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경험에 비춰볼 때 아이들이 약한 처벌받는 것 알고 의도적으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반드시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아예 사형까지 선고한다든지 어른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형법에서는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럼 대안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 역시 소년법에서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소년법이 없어지면 소년보호처분도 부과할 수 없게 된다"면서 "초등학생까지 성인과 동등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면 미성년자들에 대한 제약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동시에 풀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법 개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다만 청소년들의 흉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소년법이 정한 선고형량 상한을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천 판사는 "국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성인과 동등한 지성과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최대 20년인 상한선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그렇게 되면 선거법 개정 등 청소년들을 제약하는 법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년법 개정이 간단치 않다며 "청소년복지법이라든지 민법이라든지 형법이라든지 뭐 아동복지법 전반적으로 이게 손을 대야 될 문제라서 이거는 아주 큰 그림을 그려야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 판사는 날로 잔인해지는 청소년 범죄의 원인으로 공동체 해체에 따른 공감 능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결국 가족해체, 사회공동체의 해체로 인해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능력이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 자기가 이 사건을 SNS에 노출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라든지 또 피해자가 입어야 될 인격침해 이런 것을 전혀 고려 못한다는 이야기"라며 "원론적으로는 사회에서의 공동체 회복과 가족공동체의 복원이 시급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천 판사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들을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면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년보호처분을 하게 되면 만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아이들에 대해서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돼 있다"며 "처벌이 끝난 뒤에는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가지고 재기 기회를 뺏기보다는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해 나갈 때까지 도와줘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