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오뚜기의 제품으로만 진열대를 가득 채운 슈퍼마켓이 등장했다. 오뚜기는 서민 음식인 라면 가격 동결,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근로형태, 1500억원대 상속세 납부 등을 통해 착한 기업이란 의미에서 '갓뚜기(God+오뚜기)'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 간담회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깜짝 초청되기도 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도 갓뚜기 갓뚜기 하셔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슈퍼마켓을 개업한 사장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내부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사진 속 슈퍼마켓은 모든 진열장이 오뚜기 제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케첩과 마요네즈를 비롯한 각종 소스류, 식용유, 당면 등 하나같이 오뚜기 제품이다. 라면, 즉석밥, 냉동식품까지 오뚜기 특유의 노란 포장지에 담겨 있다.
글쓴이는 "작은 가게를 하나 차렸는데 90%를 오뚜기 제품으로 채웠다"며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라며 '갓뚜기'로 불리길래 제품을 진열해뒀다"고 밝혔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오뚜기 직영점 같다" "오뚜기에서 상 줘야 한다"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가게 위치를 묻는 댓글에 글쓴이는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위치를 밝히지 않았다.
오뚜기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15대 그룹 경영인들과 만나는 '경제인과의 대화'에 이례적으로 초청받았다. 자산이나 매출 규모에서 100위권에 들지 못하는 중견기업이지만, 모범적인 기업 운영을 이유로 문 대통령이 참석을 제안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상춘재 앞뜰에서 가진 ‘호프 타임’ 때 대기업 총수들을 앞에 둔 채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God+오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현황도, 상속을 통한 경영 승계도,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3월 기준 오뚜기의 비정규직은 전체 직원 3100명 중 36명(1.16%)에 불과했다.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대형마트 파견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창업주의 별세는 ‘착한 기업’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들인 함영준 회장이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꼼수 없이 원칙대로 상속세를 납부했다.
함 명예회장은 오뚜기 주식 46만5543주(지분율 13.53%)를 남겼고 주식 가치는 3000억원에 달했다. 함 회장은 주식 가치의 절반인 약 1500억원을 상속세로 5년 분납키로 하고 지난해 12월 주식 전량을 상속받았다.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다른 기업 오너와 달리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다.
무리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던 것도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해부터 식품업계가 라면과 식료품 등의 가격을 줄줄이 올렸지만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을 100원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동결하고 있다. 이밖에도 함 명예회장이 생전 1992년부터 4242명의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2015년 밀알복지재단에 주식 3만주를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 기업 사례로 꼽혀 왔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