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염전노예사건 1심 선고 앞두고 국가의 책무성 관심고조 “입증책임 완화될까”

입력 2017-09-06 21:01
오는 9월 8일 오후 2시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 선고가 진행된다.


6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 13일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염전공대위)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무임금 노동, 상습폭행 등의 장애인 학대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점에 대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한통의 편지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염전노예사건’은 그 당시 민관합동 전수조사를 통해 밝혀진 피해자만 63명에 이르렀으며, 피해자들 중 다수는 5~10년 장기간의 무임금 노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송의 원고이자 이 사건의 피해자인 박모씨는 염전에서의 노동력 착취를 벗어나고자 염전주인이 안보는 틈을 타 관할 파출소로 도망갔으나, 해당 경찰관은 박씨의 ‘도와달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다시 염전주인을 불러 학대의 현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역사회도 공범이었다. 원고 채모씨는 염전에서 탈출하기 위해 유일한 통로인 선착장까지 여러 차례 도망갔지만 선착장에서 그에게 표를 팔지 않아 다시 염전주에게 잡혀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원고 김모씨는 관할 면사무소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급받았음에도 해당 사회복지공무원으로부터 사회보장급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해, 어떠한 사회보장도 받지 못했다. 촘촘한 복지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등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무너져 있었다.

그동안의 소송 진행과정에서 원고 측 법률대리인단은 피해자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하는데, 일반적인 손해배상소송과 같이 모든 것을 피해자에게 입증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학대를 예방할 의무가 있고, 장애인 학대가 발생하는 경우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을 해야 함에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학대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피해 장애인들을 다시 학대의 현장으로 돌려보내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오는 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 562호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이 중요한 이유는 장애인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차례에 걸쳐 길고 긴 변론기일 공방 끝에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최종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는 지금 장애계는 장애인의 인권도 보호받고 존중되기를 원하고 있다.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 국민 행복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염전노예사건의 발단은 국가가 장애인 학대에 대해 묵인하고 책임을 회피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피해 장애인들이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재판부의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소송수행을 맡은 법률대리인단은 “원고 측의 입증책임완화 주장이 판결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연락이 되지 않는 발달장애인들이 인천 영종도 등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책무성을 방기한채 제2, 제3의 염전노예사건이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여실히 증명한다면 “이게 나라냐”는 지적질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