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해수욕장옆 민락동 옛 미월드 부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6성급 켐핀스키호텔 건립 사업이 주민 반대 민원 등에 부딪혀 사업추진 10년만에 무산위기에 처했다.
켐핀스키호텔 시행사인 지엘시티건설㈜은 부산시와 부산은행에 호텔과 레지던스 사업을 포기하고 땅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지엘시티건설에 따르면 미월드 부지 숙박시설 건립사업은 2008년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유원지 조성계획 변경이 결정되고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으며 2015년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켐핀스키호텔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설계안을 변경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호텔 측과의 협의를 거쳐 32층 호텔 1개동과 37층 레지던스 1개동을 짓기로 했던 당초 설계안을 38층 호텔 1개동과 47층 레지던스 2개동으로 변경키로 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조망권 침해 등을 우려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으며 지난 6월엔 설계변경안이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엘시티건설 측은 “민원 해결을 위해 인근 주민들에게 수차례 건축계획을 첨부한 공문을 보내고 면담도 요청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심의에 막히면서 자금 조달 역시 어려워졌다. 지엘시티건설에 따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비 약 3700억원 중 2700억원을 조달하는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3월 대출을 승인했으나 9월 말까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승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700억원을 대출하기로 한 부산은행에서는 4개월 동안 대출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합의를 통해 통과한 설계안을 단지 사업자의 요구로 바꾸겠다고 재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변경 이유가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반려한 것이지 민원이 주된 이유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민원 해결을 위해 인근 주민들에게 수차례 건축계획을 첨부한 공문을 보내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주민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며 사전에 약속된 설명회 장소에도 일방적인 결의를 통해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등 시행사의 면담 요청을 번번이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부산은행 또한 내부 사정과 주민 민원을 이유로 들며 PF심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어 마무리 작업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힘든 여건 아래에서도 글로벌 6성급 호텔 개발을 기반으로 부산지역의 관광 및 전시, 컨벤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업을 진행해왔음에도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며 “사업을 완수하기 힘들다면 사업부지 매각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